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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는 표준어가 아니네?

 

  나는 아내와 술자리를 갖는 것을 즐겨한다늘 마주하는 얼굴이지만 내가 즐기는 참치나 짝태(명태의 내장을 꺼내고 간을 하여 말린 것)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나누는 즐거움을 버리지 못한다아내도 이런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다가끔은 마지못해 나오는 것 같기는 하지만 술잔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일 걱정살림 걱정,아이들 걱정 따위는 소주잔에 담아 털어버리면 그만이다아내가 술을 마실 줄 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그런 아내가 나를 제쳐두고 가는 술자리가 있다같이 가자고 하지만 내가 싫어한다. ‘과메기’ 먹으러 가자고 할 때다내 입맛에 과메기는 비리다.


  그런데 과메기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겨울철 별미다지금은 꽁치나 정어리로 만들지만 원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다표준국어대사전에는 청어나 꽁치를 차게 말린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그런데 경북 방언이란다. ‘과메기가 표준어가 아니었구나과메기를 설명하고 있는 거의 모든 백과사전에 과메기가 표제어로 올라가 있고일상생활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다른 대체어 없이 사용된다면 이 말은 표준어가 되어야 한다.


  과메기는 왜 과메기라고 했을까과메기의 고향은 포항 구룡포로 알려져 있다.

 

        과메기는 말린 청어인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나온 말이다꼬챙이 같은 것으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이다영일만에서는 이란 말을 흔히 메기’ 또는 미기로 불렀다이 때문에 관목은 관메기로 불리다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의 받침이 탈락되고 과메기가 되었다<포항시청 홈페이지>

 

  청어의 눈을 꿰어 말려서[貫目] ‘과메기가 되었다는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근거가 약해 보인다. ‘관목은 말린 청어를 말한다이규경의 『五洲衍文長箋散稿(오주연문장전산고)(1850년대)에서는 청어를 연기에 그을려 부패를 방지하는 것을 연관목(煙貫目)이라고 하였다관목(청어)’를 연기에 그을렸다는 뜻이다농가 부엌의 살창(소나무 등으로 살을 대 만든 창부엌에서 연기가 빠져나가는 곳이다)에 청어를 걸어 말린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청어를 눈을 꿰어’ 말려서 관목(貫目)이라고 했을까조선 순조 때 빙허각 이 씨가 지은 閨閤叢書(규합총서)(1809)에서는 달리 설명하고 있다. “비웃 말린 것을 세상에서 흔히들 관목이라 하니 잘못 부름이요정작 관목은 비웃(청어)을 들어 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하여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려 쓰며 그 맛이 기이하다.” ‘에 꿰다라는 뜻이 있기도 하지만 통하다의 뜻도 있으니.


  예전에는 청어가 많이 잡히고 덜 잡히는 것을 보고 그 해의 풍어(豊漁)를 점쳤다고 하고,임진왜란 때에는 청어를 잡아 군량미와 바꿀 정도였다고 하니 청어야말로 우리에게 흔하고 친숙한 물고기가 아니었나 싶다대개는 20마리씩 새끼줄에 꿰어서 보관하기도 하고 팔기도 했다고 한다눈을 꿰었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청어의 다른 이름 관목(貫目)’이란 청어의 맑은 눈을 빗대서 지은 이름은 아닐까?


 

 

  ‘관목어가 과메기라는 말로 바뀌는 것을 우리말의 규칙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그런데 말이 꼭 규칙대로 변하는 것은 아니니 틀렸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아무러면 어떤가!


  아직껏 청어 과메기를 먹어보지 못했다꽁치 과메기는 비려서 싫어하지만 청어 과메기라면 어떨까문헌 기록에 보면 바다를 뒤덮을 정도로 흔했다던 청어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바다에서 사라져 버렸던 그 청어가 올해는 대풍이란다우리 바다를 떠났던 청어가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청어 과메기는 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아내와 함께 과메기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나누는 그 날을 생각해 본다.



洸泉 김지형

2016.01.29 05:18:33
*.39.180.125

이 글은 홍콩 한인회에서 발행하는 <교민소식> 2015년 2월호에 처음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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