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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품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

  당연한 얘기지만 골품과 골품제는 다르다. 골품제란 현대 역사가가 만들어 낸 용어로 골품지제(骨品之制), 즉 골품이라는 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신라의 신분 제도를 특징짓기 위해 고안해 낸 말이다.

  연구자에 따라 골품제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기는 하나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신라의 독특하고도 엄격한 신분 제도로 혈통의 존비에 따라 정치적 출세에서 일상 생활에 이르기까지 각종 특권과 제약이 있었다. 둘째, 골품은 성골ㆍ진골의 두 골(骨) 신분과 6두품 이하 각 두품(頭品) 신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것이 이른바 신라 골품제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라사 연구자들은 흔히「삼국사기」 권33 '잡지' 색복(色服)조에 기록된 신분별 색복, 즉 옷 종류와 색깔에 대한 규정을 골품제의 운용 실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신라인은 최상위 진골을 필두로 그 아래 6두품과 5두품, 4두품 및 평인으로 나눠져 있었고 이들 각 신분 계층별로 색복에 엄격한 제한이 있다. 집 크기도 신분에 따라 달랐다. 위「삼국사기」기록에서 성골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런 규정은 신라 사회에서 성골이 완전히 소멸한 선덕-진덕왕 이후 확립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골품제의 실상에 좀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현대 역사가가 만들어낸 골품제라는 허울에서 골품이라는 말을 분리해야 한다. 그런 다음 실제 사서에 남아 있는 골품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문제는 일본인 연구자들이 20세기 초반에 시작한 이래 장장 1세기를 헤아리는 골품제 연구사에서 어느 누구도 골품이 무엇인지 캐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라 신분제 연구는 이러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망각함으로써 연구자들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있지도 않았던 골품제라는 허상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배운 이른바 골품제는 가짜였다는 말인가? 그렇다. 골품은 있어도 학계에서 말하는 그러한 골품제, 위에서 말한 두 기둥이 떠받치는 골품제는 신라 사회의 어디에도 없었다. 왜 그런가?

  골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를 신라사에 대한 상식과 어학적인 기본 지식을 동원할 때 다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가 골(성골+진골)과 품(6두품 이하 각 두품)이며, 둘째가 '골의 품계'다. 하지만 지난 1세기 동안 모든 신라사 연구자가 예외없이 첫째 견해, 즉 골품이란 성골, 진골이라는 두 골(骨)과 6두품 이하 여러 두품(頭品)을 아울러 가리키는 것으로 보았다.

  골품제에 대한 다른 한쪽 견해, 즉 이것이 '엄격한' 신분 제도였다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예컨대 신라 골품제에 비해 조선시대 신분제가 많은 면에서 더욱 '살인적'이었다.

  골품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이 용어가 어떠한 곳에서  어떠한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살펴 보아야 한다. 한데 아주 이상하게도 골품이라는 용어는 신라를 대표하는 제1급 상징물처럼 돼 있으나 실상「삼국사기」,「삼국유사」등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이런 말은 딱 한 군데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점 수상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이 딱 한 군데 나오는 골품을 근거로 지난 100년 동안 신라사 연구자들은 신라 신분제는 곧 골품제였고, 그것은 골과 두품으로 구성됐다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곡예타기를 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기야 신라의 독특한 회의 제도라는 '화백'(和白)이라는 말도 국내 기록 어디에도 없고 중국의「구당서」 신라전에 딱 한 번 고개를 들이밀고 있을 따름이다. 이런 '화백'을 학계에서는 왕을 배제한 채(혹은 견제하기 위해) 신라 귀족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국사 교과서에도 그렇게 돼 있으나 이 또한 코미디 같은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2001년 6월 5일 오전  9시 20분 연합뉴스가 송고한 '<역사이야기>-⑨화백제도와 박정희' 참조) 이와 아주 똑같은 현상이 '골품'에도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기록에 딱 한 번 나오는 골품이라는 말은 어디에 있으며, 그 뜻은 무엇인가?

연합뉴스 / 김태식 기자(taeshik@yna.co.kr) / 200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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