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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 특집 40] 마복자와 미소년

참고 자료 조회 수 21092 추천 수 72 2002.02.27 00:53:18
마복자와 미소년

  따라서 필사본에 나오는 '마복자'(摩腹子)라는 독특한 제도라든지, 현대인의 감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 무수한 사통 관계는 그 이해의 실마리가 어쩌면 남색(homosexuality)에 있을지도 모른다.

  용양신 말고 남색의 편린들을 필사본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24대 풍월주 천광공전에는 그에 대한 다음과 같은 묘사가 실려 있다.
  "천광공은 수품공의 아들이다. 얼굴이 아름다운 꽃과 같고 교태는 마치 부인과 같았다...공은 나이 14살에 흠순공이 풍월주로 있을 때 화랑이 되었는데 양도공이 보고 좋아하니 정이 마치 부부 같아, 그 아래 소속되어 폐신(嬖臣)이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양도공이 여러 번 공의 집에 와서 잤다."
  부부와 같았다느니 폐신이라느니 집에 와서 잤다느니 하는 표현이 남색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다음은 17대 풍월주 염장공전의 한 대목이다.
  "(염장)공은 나이 14살로 보종공보다 6살이 적었으나 준수하기는 엇비슷했다. 공은 보종공의 아름다움을 사랑(愛)해서 스스로 그의 아우가 되었다. ...공의 말을 들어주지 않음이 없었으니 정이 마치 부부와 같았다."
  남자가 남자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리고 부부 같았다고 한다. 이것이 남색 아니고 무엇이랴. 다음은 보종공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궁주는 이에 윤궁의 딸 현강에게 공(보종)을 모시게 했으나 공은 접촉한 일이 없이 호림공을 불러 함께 살았다. 호림공은 이에 현강과 통하여 딸 계림을 낳았다."
  여자인 현강을 버리고 호림공을 불러 함께 살았다는 구절을 남색 말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같은 보종공전.
  "그림을 잘 그렸는데 인물과 산수의 절묘함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호림이 좋아해서 부제(副弟)로 삼았다. 정이 마치 부부와 같아 스스로 여자가 되어 섬기지 못함을 한스러워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남색을 부인할 수 없으리라. 용양신이라는 표현으로 보나 위 여러 구절로 보나 남색이 신라 사회에 일반화돼 있음은 틀림없는 듯하다. 이런 남색 관계에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그런 관계가 있는 남자끼리 한 여자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용양신으로 표현된 관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런 점에서 '폐신'이라는 말도 주의해야 한다. 남색 흔적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 여자를 공유하는 남색 관계에 대한 비교인류학적 검토가 있어야 할 대목인데,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필사본을 장식하고 있는 많은 사통도 그 원인의 하나로 남색을 지목해도 좋을 듯 싶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신라사 연구자들이 난잡하다 해서 필사본을 가짜로 몰아붙이는 근거의 하나인 '마복자'(摩腹子) 또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미소년을 매개로 남색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마복자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는 '배를 문지른 아이' 정도의 뜻으로 해석되는 마복자는 지위가 낮은 남자가 임신한 자기 아내를 상관에게 바쳐서 낳은 아들을 말한다. 이런 풍습은 현대 한국 사회의 도덕적 기준으로는 당연히 '변태'라는 딱지를 달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필사본이 정말로 김대문 작품을 옮긴 것이라고 한다면 마복자 제도는 어쩌면 신라 남자들이 임신한 여자와의 성관계를 즐기곤 했다는 풍속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히 있다.
  필사본에는 이런 마복자가 여러 군데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초대 풍월주인 위화랑전에 나오는 이른바 마복칠성(摩腹七星) 이야기가 압권이다. 이에 따르면 신라 제21대 소지왕 때 아시공과 수지공 등 마복자로 유명한 7명이 있어 사람들이 북두칠성에 빗대어 이들을 마복칠성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데 필사본은 마복칠성의 우두머리가 소지왕에 뒤이은 22대 지증왕의 아들인 법흥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요컨대 법흥왕을 필두로 한 마복칠성은 그들의 어머니가 모두 남편의 씨를 임신한 몸으로 소지왕을 섬겨 태어난 아들들이다.
  다른 사례를 검토할 때 마복자를 거느릴 수 있었던 존재는 왕뿐만 아니라 아래로는 화랑의 낭도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 제도가 광범위했음을 알 수 있다.
  마복자에 대해 서강대 이종욱 교수는 이를 거느린 자는 사회.정치적인 추종자를 거느리게 되고 마복자 또한 자신들의 사회.정치적 후원 세력을 얻게  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는 분명 마복자 제도를 가장 타당하게 설명하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연 그뿐일까? 혹시 마복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성적으로 만족시켜 주는 미소년은 아닐까? 이런 미소년 동성애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주 광범위하게 행해졌고, 더구나 그런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공인돼 있었음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늙은 그에게는 늘 미소년이 따라다니고 있다. 이 미소년과 소크라테스의 관계는 현대 성의학이 말하는 호모섹슈앨러티다.
  마복자가 만약 동성애 미소년이라면 법흥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 마복자로서 나이 많은 소지왕에게 동성애를 공급하는 측이었던  법흥이 나이가 들어서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되었으리라는 방증 자료가 필사본에서는 앞서 말한 영실공과의 관계에서 암시되고 있다.
  필사본은 분명 영실공이 법흥왕의 용양신이었다고 하고 있다. 영실공에 대해 필사본은 왜 하필 용양신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말할 것도 없이 남색으로 법흥에게 봉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 마복칠성을 비롯한 신라의 마복자는 고대 그리스 사회와 같은 남색 미소년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런 추정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하는 대목이 천광공전에 나오는 찰인의  막내아들 찰의라는 인물이다. 여기서 이르기를 찰의를 양도공의 '폐아(嬖兒)'라고 하고 있다. 앞서 우리는 고대 중국의 경우 폐(嬖)라는 글자에는 남색 흔적이 농후함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연구 성과를 존중한다면 폐아는 마복자의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크다.
  한데 필사본에는 이런 동성애 관계가 표면화되지 않고 문맥 뒤에 숨어 있다. 그래서 웬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필사본에서 동성애의 흔적을 감지해 내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면 필사본에는 왜 동성애가 수면 아래에 잠재해 있는가? 이런 관계는 생식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와 남자 사이에 아이가 생길 리 없으니 풍월주의 세보(족보)를 기록하는 데 남색 관계가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또한 당시 신라에 남색이 일반화돼 있었다면 그것을 김대문이 드러내 놓고 설명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필사본이 진본으로 밝혀질 경우 마복자보다도 더욱 충격적일 수 있는 신라 제37대 선덕왕(宣德王) 이야기로 <화랑세기 특집>의 대미를 장식하고자 한다.

연합뉴스 / 김태식 기자(taeshik@yna.co.kr) / 200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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