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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가위눌리다'의 '가위'(11월 1주)

우리말의 뿌리 조회 수 14347 추천 수 219 2001.10.30 19:40:09
  이번 주에는 '가위눌리다'에서 '가위'의 어원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가위'의 사전적 의미는 '자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귀신. 꿈 속에서 사람을 몹시 두려워하게 만든다."입니다(남영신, 한+국어대사전, p.29)
  그렇다면, '가위눌리다'는 '귀신에게 눌리다'의 의미가 될 것입니다.

  이 '가위'의 중세국어 형태는 '가오'(1음절, 아래아)입니다. '가오'가 '가위'로 변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가위'의 '위'가 형성된 경위입니다. '오'에서 '위'로 변화된 것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는 단순한 모음이 아니라 반자음이 쓰인 [wi]이므로 이것은 'ㅂ'에서 변화한 것이라고 추정이 되는데, 중세국어에서 '가비'(2음절 ㅂ순경음)의 형태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오'가 보이므로 이렇게 보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따라서, '가위'는 다른 형태에서 변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다른 형태를 중세 국어에서는 확인할 수 없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다르게 해석할 방법은 없을까요?

  다음과 같은 추정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위'는 'ㅂ'이 변해서 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반자음 'w'가 들어가는 '[wi]가 아니라 완전히 이중 모음인 [ui]일 수도 있다." 이런 추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위'는 2음절의 '위'가 원래는 두 음절이 줄어들어 형성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리>내', '누리>뉘'(ㄹ탈락과 축약)가 되듯이 말입니다. '*가우리>가위'의 변화과정을 상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가우리'는 다시 '*가울+이'로 분석할 수 있고, 이것은 '*가울'에 음절확장의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울'은 '가+울'로 다시 분석될 수 있는데, 서정범 교수는 <국어어원사전>(p.20)에서 '가'와 '울'을 모두 {귀신}의 의미로 파악하였습니다. '울'이 {귀신}의 의미를 갖는다는 직접적인 우리말 증거는 찾기 어렵지만, 우리말과 동계통의 언어로 추정되는 몽골어, 만주어, 일본어에서는 유사한 어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orolan(鬼) <몽골> / ali(通天鬼) <만주> / oni(鬼) <일본>)

  '가'는 {귀신}을 의미하는 중세국어의 '귓것'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귓것'은 '鬼+ㅅ+것'으로 분석되며, 이 말은 한자와 우리말이 혼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어휘는 우리말에 아주 많습니다.
  
  - 굳건하다 : 굳다+ 健
  - 튼실하다 : 튼튼+實
  - 고되다 : 苦+되다('되다'는 1음절이 길게 발음되는, {고되다, 매우 팽팽하다, 호되다}의 의미를 갖는 말)

  또한 '가'는 {귀신}을 뜻하는 우리말 '검'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가위'는 {귀신}을 의미하는 말이며, 이것은 {귀신}의 뜻을 가진 이음동의어 '*가'와 '*우리(>위)'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단어라고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 덧붙임 : 이상의 해석은 아주 희소한 몇몇의 단어에 의존하여 이루어진 해석이므로 어디까지나 추정 수준임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다른 의견이나 어휘 자료, 또는 민속자료가 있으신 분은 알려주시면 저의 어원해석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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