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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메모] 자존심 구긴 '漢城' 표기

  몇 해 전 주한 일본 대사관 오시마 에이치(大嶋英一) 공보문화원장은 ‘일본의 새소식’이라는 월간지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한국인에게 뼈아픈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서울역에서 새마을호에 탔을 때 중국어 안내 방송에서 서울을 ‘한성’으로 표현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한국 인명과 지명을 한국식으로 읽는다는 원칙에 따라 일본은 한국의 고유명사를 한국식 발음으로 표기하고 한국도 일본의 고유명사를 일본식으로 표기하는데 왜 한국은 중국에만 특별하게 하는지 의아했다.”고 지적했다.
  해외 출장을 자주 간다는 한 중견 기업 회장은 인터넷에 “사업상 만나는 유럽계 지인들이 ‘서울을 한성으로 부르기도 하던데 옛 중국 한나라의 한 성이라는 뜻이냐?’고 물어 부끄러웠다.”는 글을 띄우기도 했다. 인천 국제 공항 공사 관계자는 “왜 이정표에 서울을 한성이라고 적느냐?”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문의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서울을 ‘한성’(漢城)으로 표현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는 데 비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문제 의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인들의 성의있는 지적에 오히려 “중국 모든 도시에서 서울을 한성으로 표기하고 있어 그대로 쓰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니 부끄러울 뿐이다.

  한성 표기 문제점을 지적한 세계일보 기사를 본 서울시 한 공무원은 “서울이라는 고유명사를 한성으로 쓰는 것은 독립 국가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명칭을 바꾸면 중국도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서울시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오는 30일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성 표기’ 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니 반가운 일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걸맞은 좋은 한자 이름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세계일보 / 이천종 기자(skylee@segye.com) / 2004. 1. 28(수),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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