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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엉터리 통신 언어 동심도 오염, 네티즌 바른말 쓰기 앞장서야  

  얼마 전 아들 녀석의 공부방에 들어가 본 일이 있다. 마침 컴퓨터를 켜놓고 친구에게서 온 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무심결에 화면에 떠 있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예전처럼 종이 위에 온갖 정성을 기울여 쓴 편지가 아니라 별로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도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말 파괴가 심각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들은 성인들이 주고받는 통신용어를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멜 잘 받았어. 글구 너 모하냐? 나 아까 학교에서 너 봐따. 멜 만뉘만뉘 보내조. 그럼 빠2빠2.”

  몇 개 안 되는 짧은 문장 어느 곳에서도 우리말 사용의 원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맘 때면 한창 올바르게 우리말을 익히고, 사용해야 마땅할 터이나, 도대체 어디서 그런 엉터리 같은 말을 배웠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 일부 네티즌들의 그릇된 의식이 빚어낸 기형화된 통신 언어로 인하여 우리말의 본뜻이 왜곡되고, 동심마저 멍들어 가고 있다.

  사이버상에서 ‘번개(온라인에서 벗어난 오프라인 모임)’, 잠수(대화 중 자리를 비울 때 쓰는 표현)’, ‘당근(당연하다)’, ‘담탱이(담임 선생님)’, ‘어솨(어서오세요)’, ‘짱나(짜증나)’, ‘니마(님)’ 등과 같이 소중한 우리말을 마음대로 변형시킨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웃는 얼굴(^-^)’, ‘반가운 표정(*^^*)’, ‘윙크(^.~)’. ‘황당함(?.?)’ 등 컴퓨터 자판의 기호나 숫자 등을 조합해 개인적인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인터넷 언어로 무분별하게 사용됨으로써 정상적인 의사 소통을 가로막는 예도 허다하다.

  말과 글이 사람의 생각을 좌우하듯, 올바른 언어는 건강한 정신세계를 가꾸는 힘이다. 이처럼 사람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언어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올바른 우리말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개인을 떠나 민족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의사가 자유롭게 교환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언어 사용은 그만큼 신중하면서도 교육적 의미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싶어하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귀중한 우리말을 파괴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올바른 통신 언어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

조선일보 / 최진규(충남 서령고 교사) / 2004. 5. 28(금),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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