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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늘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한여름에도 없었다던 열대야 현상도 생기고, 계절이 거꾸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무더위도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매달리며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시간은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8월의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을>을 뜻하는 '秋'자의 자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흔히들, '秋'를 '禾'와 '火'로 분석하여 <벼가 익어가다>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해석합니다. '禾'는 '벼'를 포함한 '곡식'을 뜻했던 글자이고, '火'에 <익다>의 뜻이 들어있다고 하겠습니다.
  원래 <가을>을 뜻하던 글자는 이런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갑골문 시대에는 <한 마리의 메뚜기(귀뚜라미라고도 함)(주 1)를 상형하여 그것으로 <가을>의 의미를 표시하였습니다. 어떤 자형에는 '메뚜기의 상형' 아래에 '불 화'를 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농작물이 익어가는 동안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메뚜기떼를 유인하기 위해 밭두둑에 피운 불"(김언종 2001, 한자의 뿌리, p.887)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글자는 <메뚜기를 불태워 죽이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메뚜기(또는 메뚜기와 불)로써 <가을>을 표시하다가 소전 시기에 들어와서 메뚜기 대신 <가을>을 상징하는 <벼>(禾)가 글자의 구성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지금과 같은 구조를 가진 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계절'(가을)에 대한 문자 사용자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즉, 고대의 중국인들은 <가을>을, 稻作[도작, 벼농사] 이전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곤충(메뚜기)'으로, 稻作 이후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곡식'으로 인식했다는 뜻이 됩니다.

  이제 곧 가을입니다. '메뚜기'가 사라진 삭막한 오늘날, 稻作 시기 이전에 살았던 고대 중국인들이 다시 온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가을'을 인식할까요?

(주 1) 갑골문에 그려진 이 곤충을 '메뚜기'로도 보고, '귀뚜라미'로도 보는데, 뒤에 '火'가 덧붙는 걸로 보아서는 '메뚜기'로 보는 것이 좀더 타당할 듯합니다. 지금도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메뚜기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극심하다고 하는데, 고대 중국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는 것으로 보아 김언종 교수님의 해석처럼 메뚜기를 박멸한다는 뜻을 이 글자가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귀뚜라미'와 '불'은 잘 연결이 되지 않거든요.

김지형

2003.08.25 07:13:23
*.215.142.238

첨부한 갑골문 그림은 서중서 주편 <갑골문 자전>(중국 사천사서출판사) 1998년판의 783페이지에 있는 것을 스캔하여 편집한 것입니다. 첫 번째 줄이 1기, 두 번째 줄이 3기, 세 번째 줄이 4기 갑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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