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수

전체 : 1,512,971
오늘 : 994
어제 : 1,388

페이지뷰

전체 : 30,865,933
오늘 : 13,837
어제 : 28,863

가입자수

전체 : 1,090
[우리말글이 흔들린다] 19. 초등생 언어 예절 교육 강화 절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어려서 익힌 태도와 습관은 늙어 죽을 때까지 고치기 힘들다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나쁜 버릇이 들지 않도록 잘 가르쳐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어떤 태도로 어떤 말을 사용하는지, 남의 말을 어떤 태도로 듣는지를 보고 그 사람의 사람됨을 평가할 수 있다. 말은 사람의 됨됨이, 즉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보여 주고 나아가 한 사회의 교양 및 문화 수준을 나타내 준다.
  지하철, 버스, 공원 등에서 삼삼오오 모여 주위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그것도 듣기에 민망한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대화를 주고받는 아이들을 마주칠 때가 비일비재하다. 비어, 속어, 격하고 거친 표현을 주저없이 씀으로써 그들만의 동류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어린이, 청소년들의 대화에 ‘매우’ ‘아주’ ‘굉장히’의 뜻으로 ‘졸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졸라맨’과 같이 어린이 비디오나 만화의 주인공 이름에도 쓰이고, ‘졸라맨 ○○ 공포’ ‘바람을 가르는 졸라 ○○○’ 등과 같이 아동용 도서의 제목에도 버젓이 쓰이고 있다.
  ‘졸라’는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말과 ‘나게(←나다)’가 결합하여 변화된 것으로 매우 듣기 거북한 말이다. ‘시벌, 시펄, 스벌, 개에쉑…’ 등과 같은 온갖 비어, 속어가 어법이 깨진 채 각종 스포츠 신문에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대학 교정의 상황은 어떤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투가 한갓 시정잡배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던, 한 회의에서 만난 유명 사립대 교수의 개탄! 이쯤 되면 우리 국어교육은 근본부터 재점검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초등 국어교육의 목표는 크게 두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국어 활동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첫번째이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올바른 태도와 말씨로 의사소통을 하여 올바른 국어 문화를 창조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두번째이다. 사고력과 언어 능력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초등학교 시기를 넘지 않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초등학교의 국어교육은 제 생각을 표현하고 남의 생각을 이해하는 활동을 통해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바르고 고운, 상황과 어법에 맞는 말을 사용하는 버릇을 몸에 익히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원만한 대인 관계, 사회생활, 과업 수행을 위해서 남의 얘기를 경청하고 함부로 얘기하여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 역시 초등 국어교육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은 바로 태도 교육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육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보통 아이들은 듣는 사람, 듣는 태도, 말하는 태도, 말하는 상황, 말투, 말하는 장소 등을 가려서 말하고 듣는 데 익숙하지 않다. 아마 이런 요소들은 ‘일류’ 대학을 들어가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앞선 세대들은 언어 예절을 어려서부터 철저히 가르쳤다. 세살 버릇이 평생을 가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황에 맞게 어휘나 표현을 가려서 쓰게 했다. 또 어떤 말씨를 어떤 태도로 써야 듣는 사람에게 정중하고 격식에 맞는지를 가르치고 이를 행하게 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말글은 물론 국어 문화를 바로 세우는 길이 아닐까?

경향신문 / 이병규(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사) / 2004. 9. 21. 18:57:42 최종 편집.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221 좋은 글 읽기 [신창호] 반대로 하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국민일보, 9/19) 김지형 2011-09-30 4523  
220 좋은 글 읽기 생각을 키우는 글 게재 방식 변경 안내 김지형 2005-02-10 5464 105
219 좋은 글 읽기 [이순원] 한국에서 45세로 산다는 것 김지형 2006-11-12 9119 157
218 글쓰기 입문 문장력을 키우는 10가지 방법(장하늘) 김지형 2006-07-07 49447 177
217 좋은 글 읽기 [이승철] 죽을래? (경향신문 11/14) 김지형 2005-11-26 6163 150
216 좋은 글 읽기 [퍼 온 글] 하느님도 웃어버린 기도 김지형 2005-10-07 7159 149
215 좋은 글 읽기 [안용찬] 일자리 창출과 제2 국어 (서울신문 9/26) 김지형 2005-09-27 6470 153
214 좋은 글 읽기 [고원정] 스포츠 해설 유감 (경향신문 9/2) 김지형 2005-09-06 9129 107
213 좋은 글 읽기 [윤재석] 세계어 부정하는 교육부(국민일보 9/1) 김지형 2005-09-06 5315 127
212 좋은 글 읽기 [이유진] "모든 한국사람들이 오만하더라" (민중의 소리 8/27) 김지형 2005-08-30 5744 123
211 좋은 글 읽기 [Bluebird 님] 행복을 담는 그릇 김지형 2005-08-18 5408 101
210 좋은 글 읽기 [원철 스님] 웰빙, '참살이', 그리고 '잘살이'(서울 8/7) 김지형 2005-08-13 5946 106
209 좋은 글 읽기 [칼럼 - 송두율] 인간 자본과 인재 (서울신문 2/2) 김지형 2005-02-10 5778 162
208 좋은 글 읽기 [사설] 인터넷 언어 순화는 모두의 몫 (서울신문 1/12) 김지형 2005-02-10 5799 113
207 좋은 글 읽기 [김주환] 쪽글 읽기·문제 풀이 위주 교육 안 된다.(경향 10/5) - 특별 기획(20) 김지형 2004-10-11 5172 104
» 좋은 글 읽기 [이병규] 초등생 언어 예절 교육 강화 절실 (경향 9/21) - 특별 기획(19) 김지형 2004-10-10 5042 114
205 좋은 글 읽기 [김영주] 취학 전 옛얘기로 언어 감각 키워야 (경향 9/14) - 특별 기획(18) 김지형 2004-10-10 4709 109
204 좋은 글 읽기 [정재도] 틀린 줄 알면서도 쓰는 말 수두룩 (경향 9/7) - 특별 기획(17) 김지형 2004-10-10 5364 104
203 좋은 글 읽기 [고정욱] 영어·일어식 번역투 문장 넘쳐 (경향 8/31) - 특별 기획(16) 김지형 2004-10-10 5970 137
202 좋은 글 읽기 [이광훈] '아리수' 시비 (경향 9/3) 김지형 2004-09-29 5076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