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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글이 흔들린다] 20. 쪽글 읽기·문제 풀이 위주 교육 안 된다.

  온 나라가 영어와 씨름을 하고 있다. 아이건 어른이건 영어 공부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따라가려는 나라들에서는 모국어 교육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지식 정보화 사회라고 하는 21세기에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지식을 생산하는 문화적 능력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국어 교육은 학생들의 지적 사고 능력과 사회의 문화 수준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다.
  몇 년 전의 조사 결과이지만 초·중등학교에서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아이들이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물으면 아이들은 한결같이 “학원 다니기 바빠서 책을 읽을 틈이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이런 하소연이 이해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를 마치면 집에서 간단히 간식을 챙겨 먹고는 바로 학원으로 간다. 학원 공부를 마치고 나면 오후 7, 8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에 돌아와 좀 놀다가 숙제하고는 잠이 든다. 이런 아이들의 생활에서 여유 있게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은 사치다.
  아이들에게 이런 평범한 일상만이라도 반복된다면 그래도 여유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분기마다 실시되는 시험과 각종 수행 평가에 시달린다. 소위 시험 기간이 선포되면 학원에서 끝나는 시간은 더욱 늦어지고 심지어 주말까지 학원에 다녀야 한다.
  이런 시험이 1년에 네 차례나 있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면 곧 다음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독서도 시험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대화와 토론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민주적 의사소통 체계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 책을 찾아 읽는 습관을 기르고 효과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요긴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국어 생활을 살펴보면 걱정이 앞선다. 걸핏하면 욕설로써 대화를 대신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언어 예절은 찾아보기 어렵다. 책 읽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깊은 사고나 수준 높은 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교실의 국어 교육은 교과서 쪽글 읽기와 문제 풀이로 세월을 보내고 있을 뿐 다양한 독서와 토론, 글쓰기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실질적인 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열 개가 넘는 교과목의 수를 줄이고 하나라도 제대로 공부하는 태도와 습관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우리 교육은 하나를 가르쳐서 열을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열을 가르쳐서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게 한다. 또 점수로 환산하는 시험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80점 혹은 90점이라는 성적으로는 학생의 국어 능력이 어떠한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중간·기말고사와 같은 일률적인 시험 대신에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독서 경험, 국어 생활 과정을 기록하는 학교 이력철 방식의 평가 체제 도입이 절실하다. 학교 이력철이란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도하고 그 학습 과정을 기록한 것을 말한다.
  기존의 학생부에는 점수나 등급만 나타나 있지만 학교 이력철에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지 자세히 기록된다. 평가 제도가 이렇게 바뀌면 교사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학생은 점수를 올리는 단편적인 학습에서 벗어나 자기 능력 계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 / 김주환(우리말 교육연구소 부소장) / 2004. 10. 5. 18:08:46 최종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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