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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히 매양이랴

- ‘를 뜻하는 옛말, ‘’ -

 

 

비 오난대(ㅏ: 아래아) 들희 가랴 사립 닷고 쇼 머겨라

(비 오는데 들에 가랴사립문 닫고 소를 먹여라.)

마히 매(매의 ㅏ : 아래아)이랴 잠기 연장 다사(사: 아래아)려라

(장마가 계속되랴쟁기 연장을 손질해라.)

쉬다가 개난(ㅏ: 아래아) 날 보아 사(사: 아래아) 긴 밧 가라라

(쉬다가 개는 날을 보아서 이랑 긴 밭을 갈아라.)

 

심심은 하다마난(하/난: 아래아) 일 업살산(살/산: 아래아) 마히로다

(심심은 하지마는 일 없는 것은 장마로구나.)

답답은 하다마난(하/난: 아래아) 한가(閑暇)할산(할/산: 아래아) 밤이로다

(답답은 하지마는 한가한 것은 밤이로구나.)

아해(해: 아래아) 일즉 자다가 동()트거든 닐거라

(아이야일찍 자다가 동이 트거든 일어나거라.)

-윤선도, <하우요(夏雨謠)>

 


  매년 여름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장마지금이야 농사 기술이 발달하여 장마철이라 하더라도 도무지 쉴 틈이 없지만조금만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도 긴 장마철에는 들에 나가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소여물이나 먹이며 농기구나 손질하며 권태로울 만큼 한가롭게 시간을 흘려보내곤 했었다.

 

  6월 하순이면 장마철이 시작되어야 하지만 올해는 마른장마가 계속되어 여느 때보다 한 달이나 늦은 7월 하순이 되어서야 겨우 장마가 찾아들었다장마는 한자말로는 오랫동안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구우(久雨)라고도 하고비를 모았다가 퍼붓는다는 뜻으로 적우(積雨)라고도 한다,  임우(霖雨)라는 말도 있는데 자는 그 자체로 장마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파자(破字)를 해 보면비가 숲처럼 내린다는 뜻이니 장마의 의미에 딱 들어맞는 글자인 셈이다.

 

  ‘장마라는 말은 고어에 ()라고 했으니 글자 그대로 긴 비’, 즉 오랫동안 내리는 비라는 뜻이겠다여기에서 는 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이해되는데달리 오래 전부터 라는 말이 쓰인 것으로 보아 이 말은 일찍 장마의 의미로 한정되어 쓰인 것으로 보인다. ‘계절이 지난 뒤에 오는 장마를 늦마라고 하니 여기에서도 가 곧 장마임을 짐작할 수 있다. ‘비가 많이 와서 사람들이 다니지 못할 정도로 땅 위에 넘쳐흐르는 물을 물마라고 하는데, ‘물마의 ’ 역시 의 의미로 파악이 된다.

 

  뱃사람들이 쓰는 말 중에 마파람이라는 말이 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는 속담으로 잘 알려진 이 말은, ‘동풍(東風)’을 가리키는 봄바람인 샛바람’, ‘서풍(西風)’으로서 가을에 부는 하늬바람’, 매서운 북풍(北風)’을 뜻하며 겨울에 부는 된바람과 함께 여름을 대표하는 남풍(南風)’을 가리킨다그래서 사람들은 마파람의 가 남쪽을 뜻한다고 여긴다옛날의 천자문 같은 문헌에 을 (>)’, ‘을 라고 새긴 것을 그 증거로 생각한다그러니까 이 견해에 따른다면 마파람은 남쪽에서 부는 바람’, 즉 앞에서 마주 부는 앞바람이 그 어원적 의미가 되겠다충분히 가능한 해석이다.

 

  그러나 꼭 이렇게만 보아야 할까이 견해에 따르면 앞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이니 맞바람(=마주()+바람)’이 되어야 할 텐데 왜 마파람이라고 하게 되었을까의미와 형태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파람의 파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람이 고어에서는 휘파람의 뜻이었으므로 마파람과 연계하여 바람의 의미로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따라서 이 말은 +파람으로 분석할 것이 아니라 +바람으로 분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겠다그렇다면 바로 이 를 앞에서 살핀 장마의 와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마파람이 불면 대개 비가 내린다는 것이 기상학의 정설이다그러므로 마파람은 물기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바람’, ‘비를 몰아오는 바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마른장마가 오래 이어지는 날에는 반가운 손님처럼 마파람이 한바탕 불어주기를 기대해도 좋겠다.


洸泉 김지형

2016.01.09 12:56:17
*.39.180.125

이 글은 홍콩한인회에서 발간하는 교민지 <교민소식> 2014년 8월호에 처음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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